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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세이 나발니 공항 카페에서 차 마신 후 의식 불명 푸틴 정적 암살 시도인가

알렉세이 나발니 공항 카페에서 차 마신 후 의식 불명 푸틴 정적 암살 시도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이자 야권 대표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Alexei Navalny. 44)가 20일(현지 시각) 의식불명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이 20일 보도했습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나발니 측 키라 야르믜슈 대변인은 이날 "알렉세이 나발니가 오늘 오전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던 중 기내에서 의식을 잃었다"며 "급히 착륙한 뒤 중환자실로 이송했다"고 밝혔습니다.

야르믜슈 대변인은 "그가 공항에서 마신 차(茶)에 섞인 어떤 독성 물질에 중독된 것으로 생각된다"며 "그것(차)이 그가 아침에 마신 유일한 것이다"고 전했습니다. "의료진은 뜨거운 액체를 통해 독이 빨리 흡수됐다고 말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변호사이자 반(反)부패 운동가 출신 나발니는 현재 푸틴의 가장 강력한 정적이었습니다. 그는 200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푸틴을 비판하고 반(反)정부 움직임을 이끌어 청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푸틴 정권의 부패와 정경유착을 폭로하고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등지의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나발니는 최근까지도 활발히 반정부 움직임을 이끌어왔습니다. 푸틴의 종신 집권을 가능하게 한 지난달 개헌 국민투표도 "위헌이자 헌정 쿠데타"라며 비난 성명을 쏟아낸 바 있습니다.


나발니는 현재 시베리아 중남부 도시 옴스크의 한 응급 병원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식이 돌아왔는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상태가 심각하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나발니가 현재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나발니가 목숨을 잃을 뻔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작년 7월 푸틴이 유력 무소속 후보들의 선거 등록을 막아 모스크바 등에서 수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을 때, 그는 시위를 선동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이때도 구치소에서 알 수 없는 화학물질에 중독돼 알레르기성 발작을 일으켜 입원했습니다.

당시 나발니의 변호인 아나스타샤 바실레예바는 "그는 구치소 같은 방에 수감된 다른 5명과 똑같은 음식을 먹었지만 나머지 5명은 몸에 전혀 이상이 없다"고 언론에 말했습니다.

알렉세이 나발니는 2017년에는 푸틴의 지지자가 던진 소독용 염소가 눈에 튀어 화학적 화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당시 그는 한쪽 눈이 부분적으로 실명됐습니다.

한편 나발니의 의식불명 소식에 프랑스와 독일은 그를 돕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프랑스는 망명을 포함해 나발니를 도울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습니다. 메르켈 총리도 "나발니 측이 도움을 요청할 경우 병원 입원 등 의료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