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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상온 관리부실 이미 드러나…보건소·병원 30%만 적정온도 보관

백신 상온 관리부실 이미 드러나…보건소·병원 30%만 적정온도 보관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돼 접종이 중단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은 사람이 400여명에 달하는 가운데 이들은 전국 10개 시도에 걸쳐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전북이 179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부산 75명, 경북 52명, 전남 31명, 인천 30명, 서울 20명, 충남 13명, 대전·제주 각 3명, 충북 1명 등입니다.

국가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중단 사태를 야기한 백신 '상온 노출' 사고 이전에도 한국에서 백신이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었던 것이 드러났습니다.

백신은 제조사에서 출고된 후 2∼8℃에서 보관돼야 하지만, 재작년에 실시된 조사에서 동네의원부터 대형병원, 보건소까지 '냉장유통'(콜드체인) 원칙을 지킨 의료기관은 겨우 10곳이었습니다.

이는 배송 과정상의 상온 노출 문제를 넘어 상당수 의료기관이 백신을 대충 보관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 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생백신의 콜드체인 유지관리 현황분석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소와 민간병원 86곳 중 26곳(30.3%)에서만 백신을 적정한 온도에서 보관했습니다.


2018년 질병관리본부의 의뢰로 연구를 수행한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책임연구원 오명돈)은 보건소 39곳과 민간 병원 47곳에서 백신 보관 냉장고의 온도를 2주간 모니터링했습니다.

보건소에서는 냉장고 15개(38.5%)가 2∼8℃를 유지했습니다.

나머지 24개(61.5%)는 2℃ 밑으로 내려가거나 8℃ 이상으로 올라가는 등 온도가 적당하지 않았습니다.

동네의원과 병원, 종합병원 등 민간병원에서는 11개(23.4%)만이 적정온도를 유지했습니다.

한 냉장고는 최저 온도가 8.9℃, 최고온도가 10.7℃로, 백신 보관 기능이 아예 없었습니다.

의료기관이 백신을 보관하면서 의료용이 아닌 가정용 냉장고를 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보건소 38곳과 민간병원 2천200곳을 대상으로 냉장고 현황을 조사했더니, 보건소에서는 의료용이 84.2%, 가정용이 13.2%였고, 민간병원에서는 의료용이 25.4%, 가정용이 절반에 가까운 40.7%였습니다.

이렇게 보관된 백신은 역가(효과)에서도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보건소에서 1개월 이상 보관 중인 수두 백신을 수거했더니 바이러스 역가가 1천200pfu(플라스크형성단위)/0.5㎖에서 9천750pfu/0.5㎖로 다양했습니다.

이론적으로 제조번호가 같은 백신은 역가가 같아야 하지만, 같은 번호임에도 보관 장소가 다르면 역가에서 차이가 났습니다.

연구팀은 역가가 4천pfu/0.5㎖ 미만인 백신은 수두를 예방하지 못하거나, 예방 기간이 짧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수두 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들어가는 '생(生)백신'으로, 독감백신처럼 바이러스를 불활성화해 만든 사(死)백신보다는 온도 변화에 훨씬 민감합니다.

보고서는 이같은 역가 차이에 대해 ▲ 공장 생산·출하 과정상 문제 ▲공장 출하에서 보건소 도착까지 운송 과정상 문제 ▲ 냉장고 보관 등 콜드체인의 문제 등이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은 냉장고 속 온도 변화를 줄이기 위해 냉장고 문과 꼭대기 및 아래쪽 선반에 물병을 보관하고, 냉장고에 백신만 보관해 문을 여닫는 횟수를 최소화하고, 연속적으로 온도를 감시할 수 있는 '데이터 로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