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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도 중국이 야생 동물을 계속 먹는 이유 중국인의 식습관은 바꿀 수 있는가

코로나에도 중국이 야생 동물을 계속 먹는 이유 중국인의 식습관은 바꿀 수 있는가

"야생 동물을 먹는 것은 야만적이라고? 동물 내장에는 특수 영양 성분이 있다는 걸 몰라?"

"돼지의 내장과 손발을 먹지 않고 버린다? 농담은 그만둬. 우리들은 외국인이 아니야!"

"중국인이 야생 동물을 먹는 이유? 그야 맛있으니까"

중국은 천 년 이상 지속된 습관을 바꿀지 여부의 갈림길에 서있다. 특히 생활의 기본인 식습관을 코로나 재난하에 어디까지 변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산 채로 판매되는 식용 동물

중국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이 신선한 식료품 시장과 거기서 팔리는 야생 동물이다.

다시 생각하면 2003년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는 광동의 신선 시장에서 퍼졌다고 알려져 있다. 후속 연구에서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박쥐를 잡아먹은 사향 고양이가 감염원이라고 밝혀졌다.

그로부터 17년.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우한 화남 해산물 시장이 원인이라는 것은 거의 틀림 없다. 시장은 올해 1월 1일에 봉쇄되었지만, 이 시점에서 이미 바이러스는 시중에 만연해 있었다.

중국 보도에 따르면 이 시장은 일반 가공 육류 외에도 산 채로 판매되는 동물도 많으며 구체적으로는 닭이나 당나귀, 양, 돼지, 낙타, 여우, 오소리, 고슴도치, 뱀 다방면이다. 마치 동물원 같다.

규모의 차이는 있어도 이러한 시장은 중국 전역에 존재한다. 베이징, 상하이와 같은 현대 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도매 외에 일반인도 사러 간다.

그리고 중국인 소비자는 매일 쇼핑하러 시장에 간다. 고기와 야채, 해산물 등 슈퍼에서 사는 것보다 시장 쪽이 압도적으로 신선도가 높고, 가격도 싸다.

TV, 냉장고, 세탁기가 삼종 신기라고 한 것은 80년대의 일로 당시 냉장고가 없는 가정도 많았다. 그러나 별로 불편은 없었다. 중국인은 찬 것을 싫어하는데다 매일 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구입하면 된다. 닭은 산 채로 사서 직전에 잡고 요리. 그것이 최고의 대접이었다.

야생 동물을 먹는 것은 최고의 사치

신선함 외에 재료의 진귀함에도 중국인의 음식에 대한 고집이 드러난다.

원숭이골 요리는 서태후가 좋아했다고 하는데, 그녀는 몇 일간에 걸쳐 100여 가지의 요리를 먹은 적도 있다고 한다. 산 · 육 · 해 등의 진미에 제비집 · 상어 지느러미 등은 그다지 고급 요리도 아니고, 여기서 말하는 진미는 곰 발바닥 · 코끼리 코 · 뱀 · 원숭이 등을 가리킨다.

음식은 중국 요리의 기본이다. 현대에서도 특이한 재료일수록 고급으로 취급한다.

외국인 주재원들은 거래처와의 접대 장소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국에서는 입에 댈 수 없는 요리를 상대하는 장면도 적지 않다.

친구 중국 주재 경험자는 박쥐, 뱀, 물방개, 전갈 등을 접대 자리에서 먹은 경험이 있다고 말한다.

"꿩, 백조, 공작은 양반이죠. 중소기업 사장에게서 '주재원은 음식에 조심하지 않으면 안돼. 이상한 병 걸리면 회사에 민폐니까'라고 주의받은 것을 이번 사스 소동으로 생각해냈습니다.하지만 상대는 호의로 좋은 요리를 대접해주는데 좀처럼 거절하기 쉽지 않아요"

식재료뿐만이 아니다. 한방에서는 약재로도 이용되고 있다. 야생 동물은 면역력을 높인다며, 농장에서 자란 동물보다 야생 쪽이 영양도 풍부하다고 믿는다.

어쨌든 중국인에게 이런 야생 동물을 먹는 것은 최고의 사치이며, 극히 한정된 부유층 만이 가능하다.

바이러스의 발생원인데도 중국 정부가 좀처럼 매매 금지할 수 없는 까닭은 야생 동물을 좋아하는 부유층의 반발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각자 먹기는 피곤"

또 중국인의 식습관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중국 요리의 서구화다.

중국인들은 말한다.

"젓가락, 숟가락 따로 쓰기 ...... 지겹다. 그렇지만 역병이 잠잠해지면 또 잊어버리겠죠. 사스 때도 대대적으로 제창되었지만 일년도 지나지 않아 없어졌으니까요"

중국 정부는 코로나 재난에 분배 전용 수저를 쓰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자기가 쓰던 젓가락으로 남에게 음식을 덜어주던 문화를 없애자는 캠페인이다.

중국에서 젓가락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단순한 예절 문제가 아니다.

중국 요리라고 하면 큰 접시에 푸짐한 요리다.

중국에서 큰 접시 요리가 인기를 끌게 된 건 상인이 등장한 송나라 무렵이리고 알려져 있다. 각지에서 도시에 모인 상인들은 주루(酒楼)라는 곳에서 같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접시 요리에서 요리를 나누며 떠들썩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상담했다. 현대에서 말하는 비즈니스 저녁이다.

중국인에게 식사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게 아닌 감정의 육성, 인간 관계의 구축이다.

그들에게 공용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은 서먹서먹하기에 가능하면 사용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큰 원탁을 둘러싸고 친한 동료와 즐겁게 술을 마시며 식사한다. 맛있는 요리는 동료와 나누며 재미를 공유한다. 식사 시간을 떠들썩하게 즐기는 것은 중국인의 천성과 일치한다.

"이런 훌륭한 전통 문화를 없애는 것은 조상에게 죄송"... 이것이 중국 서민의 솔직한 마음이다.


많은 중국인을 뒤흔든 숫자

하지만 항저우 질병 관리 센터에서 실시한 실험 결과는 그들에게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항저우 질병예방통제센터 전문가들은 최근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새우·생선·오이로 만든 6가지 음식을 놓고 공용 젓가락의 사용 여부에 따라 음식에 남은 세균의 양을 비교했다. 연구진은 48시간 동안 세균을 배양한 뒤 측정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6가지 음식 모두에서 공용 젓가락을 쓰지 않은 쪽의 세균이 사용한 쪽보다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250배까지 많았다. 공용 젓가락을 쓰지 않으면 자신의 몸에 있는 세균이 젓가락을 통해 음식에 전파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입증된 셈이다.

이 숫자는 많은 중국인을 뒤흔들었다.

신종 코로나 후 실시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공용 젓가락 사용에 대한 지지율은 100%, 반대는 0%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지율과 실행 속도는 다른 문제다. 현 단계에서는 공용 젓가락 사용량은 아직 낮다.

그리고 "공용 젓가락"과 병행하여 제창되고 있는 것이 중국 요리를 서양식으로 먹자는 새로운 양식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큰 그릇에 담겨 있는 접시에 덜어먹기 보다는, 처음부터 작은 그릇 여러개에 소분한 요리를 배치하는 서양식 식사를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준비할 때나 정리할 때 정말 귀찮다. 식사시의 활기찬 분위기도 파괴하고 상대와의 일체감도 없다. 식사의 가장 큰 목적인 대접의 마음도 다치게 된다. 위생적이지만 식사의 즐거움이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수천 년 동안 계속된 습관이나 민족적 심리를 바꾸려면 시간이 걸린다.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는 여름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이른바 '제2파'가 출현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조짐이 보인다. 이번 광복절 집회에 대도시에서는 식사 모임, 회식 등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원래 인간은 회식을 좋아한다. 친한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하면서 맛있고 특별한 요리를 즐긴다. 이 풍부한 시간을 잃는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코로나 재난 속에서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인간의 지혜가 시험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