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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한국

전두환 재판 변호사 명예훼손 공소사실 전면 부인

전두환 재판 변호사 명예훼손 공소사실 전면 부인

32년만의 광주행 법정에 선 전두환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돼 11일 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 전 대통령(88)의 재판이 75분 만에 종료됐습니다. 전두환 재판 변호사 정주교는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고 전일빌딩의 탄흔은 간접증거라고 해도 고 조비오 신부가 증언한 5월21일 오후 1시30분부터 3시 사이 기총소사의 증거는 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두환은 “5·18 당시 발포를 부인하느냐”는 등의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왜 이래” 하며 경호 인력에 둘러싸인 채 법정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가 광주를 방문한 것은 대통령 재임 시절인 지난 1987년 10월 13일 전국체전 개막식 참석 이후 32년 만입니다. 


재판은 11일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려 오후 3시45분까지 1시간15분 동안 진행됐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혐의는 사자명예훼손.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펴낸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던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5월 3일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이날 재판에서 전두환은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 신문 절차에서만 "네, 맞습니다"라고 세 차례 대답했을 뿐 75분 남짓 진행된 재판 시간 중 50여분 동안 졸다가 깨기를 반복해 피곤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재판에서 쟁점은 '헬기 사격은 없었다'는 취지로 쓴 내용이 허위사실인지, 또 허위임을 알고도 고의로 썼는지였습니다. 유죄가 인정되면 전두환은 형법 제308조(사자의 명예훼손) 규정에 따라 징역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5·18에 대한 법적 책임을 따지는 재판은 이미 지난 1997년 마무리됐습니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 및 5·18 관련 내란 혐의 등으로 1995년 12월 구속 기소돼 1996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같은 해 12월 항소심과 이듬해 4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97년 말 김영삼 정부 때 특별사면으로 석방됐습니다.


재판부는 오는 4월 8일 공판 준비 기일을 연 뒤 한 달에 두 차례씩 집중 심리로 본공판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이날 광주시민들은 감정적으로 대응할 경우 전 전 대통령 측에 향후 광주지법 재판을 기피할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처음에는 차분하게 대응했으나 재판이 끝나고 나오는 전두환을 보자 분을 참지 못했습니다. 시민 500여명이 경찰 저지선을 뚫고 차량 쪽으로 다가와 "세금 받는 경찰이 살인마를 살려주네" 등을 외치며 맹렬히 항의. 일부는 신발과 우산을 차량에 던졌지만 "폭력 자제"를 외치는 5월 단체 회원들의 진정으로 폭력 사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전 전 대통령 측 차량은 600m 거리를 20여분 걸려 간신히 빠져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