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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세계

이란 여성 명예살인 다발

이란 여성 명예살인 다발



5월 21일, 이란 북부 길란에 사는 로미나 · 아슈라휘(14)가 친아버지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이 이른바 '명예 살인'이 국내외에서 큰 파문을 부르고 있습니다.


명예 살인은 혼전 성관계나 불륜 등 "부적절하다"고 간주되는 행위를 한 여성을, 가문을 더럽혔다는 이유로 친척 남성이 살해하는 관습입니다. 중동 및 동남아시아 등 일부 지역에 지금도 남아있어, 유엔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5000 명의 여성이 이 관습에 희생되고 있습니다.


로미나는 15세 연상의 연인과 결혼하고 싶어했지만, 아버지가 강하게 반대해 가출. 집에 데리고 돌아온 뒤 취침 중 아버지에 의해 참수되었습니다. 로미나의 연인에 따르면 가해자인 아버지는 범행 전부터 로미나에게 쥐약이나 로프를 건네 자살을 강요했다고 합니다.


로미나 사건이 여러 국영 신문의 일면을 장식해 그것이 영향을 줬는지, 아니면 지금까지 간과했던 문제가 드러난 건지 이란에서 명예 살인이 연달아 발생했습니다. 현지 기자에 따르면 5~6월에 적어도 6건의 사건이 일어나습니다.


5월 말에는 이란 북서부의 라슈트시에 사는 18세의 여성이 12세 연상의 남성과의 결혼을 반대하는 오빠에게 살해당했다고 이란 국영 통신 'IRNA'가 보도했습니다.



또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6월 상순에는 남서부의 도시 아바단에서 19세 기혼자 여성이 다른 남자와 집을 나왔다는 이유로 남편과 사촌에 의해 참수되었습니다.


6월 16일에는 같은 아바단에서 남편을 배신했다는 불륜 소문이 난 여동생을 목과 가슴을 찔러 살해한 남성이 범행 후 5일 경찰에 출두. 또한 남동부에 있는 케르만 시에서도 16일에 25세의 레이하네 아메리가 아버지에 철봉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살해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머니에 따르면 전날 두 사람은 아멜리에의 귀가가 늦었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했다고 합니다.


미국 신문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이란에서는 최근 가정 폭력이 증가 추세인데,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COVID-19) 대유행이 그것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IRNA에 따르면 4월에는 외출 자숙 영향으로 가정 폭력 발생 건수가 3배 가량 늘어나, 1일 전화 상담 건수는 4000 건에 달했습니다.


외출 자숙과 불황으로 인한 남자들의 분노와 스트레스의 화살이 가정에서 여성 감시로 이어져 명예 살인이 다발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란 통신사 'ISNA'은 국내에서 연간 350 ~ 450 건의 명예 살인이 일어나고 있다고 추정하지만 전문가 중에는 이러한 수치는 빙산의 일각이며 많은 명예 살인은 실종과 자살, 의문사 등으로 숨겨져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나라에는 수천명의 로미나가 있다"


로미나 사건 이후 이란 국내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현행법으로는 명예 살인 가해자를 적절하게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앞의 '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이슬람법 '샤리아'는 살인 가해자는 원칙적으로 사형되는데, 아버지나 할아버지 같은 친족은 "보호자" 입장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죽여도 사형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샤리아를 바탕으로 법의 심판이 행해지는 이란에서, 로미나 아버지는 최장 10년의 복역형 밖에 처해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엄격한 가부장제는 1978년 이란 혁명 이후부터 특히 중시되게 됐는데, 국내의 이슬람 율법 학자들과 활동가들 가운데는 이슬람 경전 '코란'에는 보호자의 권한을 인정 기재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로미나 사건에 이란 국내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여성 명예살인을 엄벌화하는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트위터상에는 #Romina_Ashrafi라는 해시태그가 만들어져 많은 여성들이 "남자 친구와 걷고 있었던 것 만으로도 비난받았다"라든지, "학교에서 스쿨버스가 아닌 도보로 귀가했기 때문에 채찍에 맞았다"라는 남성 가족으로부터의 학대와 성폭력 경험을 고백. "이 나라에는 수천명의 로미나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론의 고조를 중요하게 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여성의 신체적 · 정신적 학대를 엄벌화하는 법률을 조속히 제정하도록 의회에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법의 제정은 8년 전부터 도마 위에 오르고 있어 이번에도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