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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학벌을 한국보다 중시하지 않는 이유

일본이 학벌을 한국보다 중시하지 않는 이유


일본 인터넷 설문 조사에서 "현재 필요없는 게 무엇인가"1위가 '학력'이라고 나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학력은 남성 전세대에서 1위부터 3위, 여성 전세대에 1위에서 2위로 나이를 불문하고 높은 순위였습니다. 일본에서 이제 학력은 필요없는 것이 된 걸까요.

이것은 일본의 한 조사 회사가 인터넷에서 15세 이상 남녀 11000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입니다. 덧붙여 2위는 자격증, 3위는 자동차, 4위는 생명보험이었습니다.

최근 기업 평가의 다양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기업에선 학력을 묻지 않는 곳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구글 직원 모집 요건에 학력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조치를 실시하고 있는 것은 구글과 같은 첨단 기업이며, 구글에 신입 사원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상당한 재능의 소유자일 것입니다.

학력이 없어도 맹활약하는 사람은 일본에도 많기 때문에, 재능만 있으면 학벌이 필요 없는 건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반 사회에서는 설문 조사 결과와는 정반대로, 아직도 학력에 의존하는 부분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교육 경제학 등의 분야에서 학력은 크게 두 가지 역할이 있습니다. 하나는 학교에서 익힌 기술을 인증하는 역할, 다른 하나는 미래의 잠재력을 담보하는 역할입니다.

전자의 효용은 매우 알기 쉽습니다. 대학에서 통계를 배운 사람은 통계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통계 업무에 대해 일정한 능력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이 전문이었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마케팅 지식을 많이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학력이라는 것은 몸에 익힌 스킬의 증거로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학력에 상관 없이 실력에 따라 어떤 지위에 올라있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것은 재능으로 승부하는 특수 분야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일반 노동자의 경우 학력 요건은 오히려 일본보다 훨씬 어렵고, 직종마다 필요한 학력이 세분화되어 있으며,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원래 취직 시험조차 못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반대로 말면 자신이 희망 관련 학과를 가진 학교에 들어가거나 학점을 취득하면 누구나 그 직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호텔에 취직하고 싶다면 호텔 경영학과가 있는 학교에 들어가고 상인으로 일하고 싶다면 마케팅을 배운다는 이야기입니다(그 후 출세할 수 있을지는 실력에 달렸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학력이 갖는 의미가 외국과는 조금 다릅니다. 학벌을 스킬의 증명보다는 미래에 대한 잠재력으로 보는 케이스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고졸 젊은 직원과 도쿄대를 졸업한 신입 사원 2명 중 어느 쪽을 미래의 총리 후보로 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도쿄대졸 신입 사원이라고 답할 것익니다. 또한 많은 회사가 학생들의 대학 이름은 중시하지만 전문적으로 무엇을 배웠는진 묻지 않습니다.

쇼와 시대까지의 일본 경제는 가난하고 저렴한 공업 제품을 대량 생산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업 구조도 간단했습니다. 구미를 따라 잡는 것이 최대의 목표였기 때문에, 우선 학교 학벌이 있는 사람을 채용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학력 = 미래의 잠재력이라는 평가가 굳어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가치관이 다양화하고 혁신도 활발해지고 있는 지금 시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우수한 사람도 20년 후 비즈니스 환경이 어떻게 돼있을지 예측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시대에 학교 공부를 지나치게 중시하고 편차치가 높았던 사람이라고 무조건 잠재력도 높다고 평가하는 건 무리입니다. 즉 일본에서 학력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큰 것은 이 부분에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외국처럼 학력이 단순히 직업 기술을 습득하기 위하여 취득하는 것으로 자리매김한다면, 학벌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상당히 줄어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