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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Demian 데미안 명언 1

 

 

Demian 데미안 명언 1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여전히 알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 대부분은 인간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느끼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이 이야기를 다 쓰고 난 뒤에 내가 그럴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적어도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한다.


나는 나 자신이 생사의 도리를 깨달아 내세를 안심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도를 구해서 모색하는 인간이었으며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공상의 세계와 책 속에서 도를 찾으려는 옛날의 내가 아니며 나의 피가 나의 마음 속에 불러 일으키는 여러가지 교훈에 귀 기울이려 하는 내가 됐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는 유쾌한 것이 못 된다. 가공의 이야기처럼 감미롭거나 정연하지도 않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은 전혀 없으니 그런 인간의 생활이 모두 그렇듯 나의 이야기도 부조리하고 혼란스러우며 꿈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과연 실제로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문제에 대해 모든 사람들은 모른다. 그 시대가 어느 시대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들의 인생이 죽음과 더불어 완전히 끝나 버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게 된다. 즉 한 발의 탄환이 서로를 이 세상에서 완전히 매장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현재 우리는 모두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자연의 귀중한 실험품인 서로를 대량으로 사살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인간이란 그 누구나 할 것 없이 그 인간 자신일 뿐만 아니라 삼라만상이 전무후무했던 단 한 번의 방법으로 교차하는 단 하나밖에 없는 퍽 특수한 점이기도 하며, 흥미진진하고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인간의 이야기든 소중하고 영원하며 신성하다. 인간은 누구나 다 살아서 자연의 의지를 실현하고 있는 한 훌륭한 존재고 결코 무시 당해서는 안 된다. 모든 인간은 <정신>의 일시적인 모습이고 이 세상에서 삶을 얻은 고뇌의 한 예이며 그리스도의 수난은 모든 인간 속에서 되풀이되는 것이다.


인간은 서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 각자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뜻을 알 수 있는 것은 본인 뿐이다.
 

'카인이 월등한 사람이고 아벨이 겁쟁이였다니! 카인의 <표지>가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의 증거라니, 그것은 당치도 않다. 하나님을 모독하는 일이며 철면피다. 하나님이 아벨의 제물을 받지 않았던가? 엉터리 같으니! 데미안은 틀림없이 나를 한바탕 멋지게 놀릴 셈이었다. 정말이지 데미안이라는 놈은 머리가 비상하다. 게다가 말재간도 있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다니!'

 

 

그것은 어느 방학 때였다. 나는 술집을 드나들었기 때문에 언제나 피곤한 얼굴로 지팡이를 휘두르며 고향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그 때 맞은편에서 데미안의 모습을 발견한 나는 순간 몸을 움찔했다. 그 당시 나는 그를 모자마자 프란츠 크로마의 일만 떠올랐다. 나는 그 일로 인해 데미안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어서 불쾌했다. 그는 내가 먼저 말을 걸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나는 태연하게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굳고 따뜻한 동시에 냉담하고 사내다운 악수를 해주었다.
"많이 자랐군. 싱클레어."
데미안은 나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본 뒤 입을 열었다. 그러나 내가 본 데미안은 그대로였고 나이도 분간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산책하게 됐고 많은 말들을 했지만 내가 우려했던 크로마의 일은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리고 데미안은 내가 어리석게 써서 보낸 편지에 관한 이야기도 일체 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나는 극도로 거칠어져 있어서 그에게 같이 한잔 하자고 했다. 데미안은 따라왔다. 나는 보란 듯이 포도주 한 병울 주문해서 그것을 따라서 데미안에게 잔을 주며 첫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너 술집에 자주 오니?"
"물론! 그 밖에 또 할 일이 있어? 뭐니뭐니 해도 이것이 제일 좋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럴 수도 있겠지. 물론 멋진 면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술집에 드나드는 친구치고 대개 신통한 사람은 없더군. 내 생각에는 경우에 따라서는 하룻밤 화롯 불을 피워 놓고 멋지게 취해 보는 것도 괜찮아. 하지만 언제나 술만 마시고 지내는 것은 참된 생활이 아니야. 예를 들어 밤마다 단골로 다니는 술집에서 죽치고 앉아 있는 파우스트는 상상도 할 수 없잖아?"
"그래, 요컨데 누구나 파우스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나는 잔을 비우고 적의 서린 눈으로 데미안을 쏘아보았다. 데미안은 다소 놀랍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옛날 그대로 싱싱하고 자신 넘치는 목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하기는 이런 토론을 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야. 어쨌든 술꾼이라던가 난봉꾼들의 생활은 모르긴 하지만 손가락질 당한 적 없는 예삿사람보다는 활기 있어. 내가 읽은 기억이 있는데 난봉꾼들의 생활은 나중에 신비주의로 입문할 준비로서는 가장 좋아. 예언자가 되는 것은 언제나 성 아우구스티누스 같은 그런 인물이거든. 아우구스티누스 역시 성인이 되기 전에는 향락주의의 방탕아였단 말이야."
나는 데미안의 페이스에 절대 말려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래, 사람에게는 모두 제 나름대로 취미가 있는 법이니까.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예언자 같은 것이 될 생각은 전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