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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과 종전기념일에 대한 미국인의 생각

광복절과 종전기념일에 대한 미국인의 생각

※ 미국으로 이민간 일본인 安部 かすみ(아베 카스미)의 글 アメリカ人の友人から言われた「終戦記念日」に対する意外な一言(미국인 친구로부터 들은 '종전기념일'에 대한 뜻밖의 한마디)를 번역한 글입니다.

 

2015년 뉴욕타임스에 설치된 '승리의 키스'


미국 현지 보도는?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감개무량 기분이 되는 8월 15일 종전기념일. 미국의 주요 언론에서도 매년 8월 상순이 되면 반드시 제2차 세계 대전의 회고와 일본의 전몰자 추도식이 뉴스가 된다.

올해도 일부 기사가 실렸다. 예를 들어 "Why the US Dropped Atomic Bombs on Japan"(왜 미국은 일본에 원폭을 투하했는가) "How We Retain the Memory of Japan 's Atomic Bombings : Books"(일본의 원폭의 기억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나 워싱턴포스트처럼 "Americans insist the atom bomb ended the war in Japan - ignoring its human cost"(미국은 원자 폭탄이 일본의 전쟁을 끝냈다고 주장한다 - 그 인적 피해를 무시하면서) 등의 도발적인 기사를 싣는 곳도 있다. 현지에서도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은 과거의 대전을 되돌아보았다.

그러나 원폭 투하와 종전이 사람들의 대화에서 화제에 오르는가 하면 필자의 주위를 봐도 그다지 논의 대상이 아니다.

2001년에 미국에서 일어난 세계 동시 다발 테러에 대해 일본에서도 뉴스로 매년 거론해도 사람들이 그 주제를 일상 대화에서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1941년 진주만 공격도 마찬가지. 민감한 내용이고, 만일 화제가 제기될 시에는 정치 문제와 마찬가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원폭 투하의 시비

2000년 초에 미국으로 이민간 필자는 우연한 계기로 미국인 친구들과 태평양 전쟁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 친구는 지금까지 몇 년 동안 일본에 거주한 경험이 있어 친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야기가 태평양 전쟁, 특히 원폭투하에 대해선 눈의 색이 바뀌었다.

필자의 고향은 후쿠오카 현 오쿠라 가까이인데, 거기는 원래 원폭 투하 예정지였다. "'만약 오쿠라에 떨어졌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부모님에게 들은 적 있다"고 아무 생각없이 말했는데(당연하지만 비난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 ) 평소 차분한 성격의 그 친구는 이렇게 단언했다.

"항복을 촉구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전쟁을 계속 했다. 그 원폭이 떨어지지 않았으면 전쟁은 더 길어져 내 할아버지를 비롯한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왔을 것이다. 나도 지금 여기에 없을지도 모른다"

친한 사이이기에 식은 땀이 나오는 사건이었다. 그 이후 (별로 기회는 없었지만)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전쟁의 화제를 제기할 때는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
(역주: 일본인들은 상대가 서양인이면 절대 싸우지 않지만 얼굴을 볼 수 없는 SNS에서는 일본인들 서양인인척 하며 외국인들과 영어로 싸우는 일이 많습니다)

원폭 투하의 시비는 일본과 미국에서 받아들이는 방식이 크게 다르며 종종 논쟁의 도마에 오르는 문제다.

'나가사키 - 핵 전쟁 이후의 삶'의 저자이기도 한 논픽션 작가는 올해 8월 7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위의 기사에서 "원폭이 전쟁을 끝냈다는 생각은 허용할 수 없다"며 다시 한번 피폭자의 목소리를 듣고 비극을 두 번 다시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썼다.

또한 올리버 스톤도 자신이 감독한 2012년 다큐멘터리 "말해지지 않은 미국 역사"를 통해 원폭 투하 불가피론자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의견은 소수다. 어디까지나 다수는 필자의 친구 같은 의견이며, 일반적인 미국인(여기서 말하는 미국인은 제2차 세계 대전 기간에서 살아남은 미국인 조상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의 원폭투하에 대한 대표적인 의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후... 라고?"

VJ 데이의 상징인 '승리의 키스' 2015년 뉴욕의 타임 스퀘어에 동상이 일시적으로 설치 / photo by gettyimages

또 이런 일도 있었다. 다른 미국인 친구(전쟁 반대론자)와의 대화에서 종전 이야기를 꺼냈다 때의 일.

그는 "전후 ...? 무슨 소리야"라고 힘없이 코웃음쳤다. 1945년 8월 14일(일본 시간 15일)은 일본의 항복이 전해진 날이다. 이날 뉴욕타임스 스퀘어는 환희로 가득했다. 군인과 간호사가 키스하고 있는 열정적인 순간을 사진 작가 알프레드 아이젠 스타트가 찍어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진 '승리의 키스'가 촬영된 날이다. 그 1 프레임에서도 얼마나 미국 사람들이 이 날을 기쁨으로 맞이했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친구의 "뭐?"라는 반응도 필자는 납득했다. 미국은 항상 전쟁하고 있는 나라라서 '전후'라는 개념이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확실히 일본이 1945년에 종전을 맞이한 후에도 미국은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걸프 전쟁, 이라크 전쟁 등 수많은 전쟁으로 타국의 분쟁과 내전에 개입해왔다.

제2차 세계 대전에 집중한다면, 이날은 VJ 데이(Victory over Japan day, 대일 전승 기념일)라고 한다. 그러나 그로부터 반세기 이상이 지난 현대는 매년 이 날을 축하하는 사람은 필자 주위를 봐도 없다. 원래 9월 상순은 미국인에게 노동절(근로자의 날, 매년 9 월 첫째 월요일) 쪽이 이벤트로서의 의의가 크다. 자녀가 있는 가정은 여름 방학 마지막 주말에 친척이나 친구를 뒤뜰에 초청하여 성대하게 바비큐를 해 여름을 즐기는 날 같은 것이다.

60대가 된 일본계 미국인 친구가 VJ 데이에 대해 이렇게 말해주었다.

"남편의 부모(미국 백인)처럼 90대 정도 되는 사람들은 2차 대전 당시를 살았던 세대로, VJ 데이는 뜻 깊은 날이었을지도 모릅니다.하지만 내 세대는 이날에 대해 잘 몰라요.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VJ 데이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고 있는 이유는, 이 나라가 제2차 세계 대전 뿐만 아니라 이후 많은 전쟁에 참여 해왔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75번째 종전기념일을 적국이었던 먼 미국 뉴욕에서 올해도 조용히 지켜본다. '종전'이라는 개념이 없는 나라지만 앞으로 어떠한 전쟁도 일어나지 않도록 세계 평화를 그저 바랄 뿐이다.